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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ᄋᆞᆯ의 이야기가 가득한 존중문화도시 도봉

씨ᄋᆞᆯ이 만들어가는 문화민주주의




문화도시 추진단장 민경찬


모든 도시는 특별하다.” 이 짧은 문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도시 사업을 진행하며 제시한 문화도시 사업의 기본 전제이다. 그렇다면 각 지자체는 어떻게 자기 도시만의 특별함을 문화도시에 담아낼 수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고민을 담아서 중앙관 주도에서 지역중심시민주도형 도시문화 거버넌스로 변화라는 추진방향을 제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시한 시민이 주체가 되어 주도하는 문화도시를 생각할 때, 우리가 함께 이해하고 가야 할 두 가지 개념이 있다. ‘문화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Culture)문화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가 그것이다. 두 개념 모두 인권으로서의 문화권(Cultural rights)을 뿌리로 하지만 그 지향점에는 차이가 있다.


문화의 민주화문화의 접근성을 증진하고 가능한 많은 국민에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중요한 정책이념으로 설정한다. 한 마디로 문화적 혜택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를 두고 모든 사람을 위한문화(Culture for Everybody)”라고 부른다. 한편 문화민주주의는 단지 문화적 혜택을 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시민이 문화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을 말하며, 그래서 모든 사람에 의한문화(Culture by Everybody)”라고 부른다.


문화도시 사업은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주된 흐름이었던 문화의 민주화의 관점보다는 문화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문화정책을 풀어가려는 사업이다. 사실 문화의 민주화는 여전히 중요한 개념이며, 필요한 정책이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좋은 문화적 혜택을 주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시민들이 문화 창조의 주체가 되지 않으면, 그 도시만의 색깔과 특별함을 담아낼 수 없으며, 그 정책의 지속가능성또한 담보할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는 문화민주주의가 도시 문화가운데 정착되고, 시민이 주체가 된 문화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또한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 씨ᄋᆞᆯ사상을 통해 시민의식을 고취하며 민주주의 운동을 이끌었던 함석헌 선생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가 말한다. “나는 이 씨ᄋᆞᆯ을 믿습니다. 끝까지 믿습니다. 믿어주지 않아 그렇지 믿어만 주면 틀림없이 제 할 것을 하는 것이 씨ᄋᆞᆯ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하는 것이 있어도 낙심하지 않습니다.” ‘지위도 직책도 없는 맨 사람, 즉 씨알을 사람을 향한 그의 이 믿음은 자연스럽게 사람 존중의 철학으로 이어진다. “믿는 자만이, 민중을 믿는 자만이 이길 것이다. 믿음이 무엇이 믿음이냐. 그의 인격 대접, 사람됨 대접이 아니냐?”


모든 사람은 존엄하다. 사람은 지위나 직책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 사람을 향한 이 믿음이 없이는 문화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없다. 함석헌 선생은 사회의 바탕, 그리고 주인이 씨ᄋᆞᆯ(민중)인데 지배자, 권력자 등 민중으로 불릴 수 없는 집단이 등장해 민중 위에서 민중을 업신여기면서 속이고 억압하고 주리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사회와 나라의 주인 행세를 해왔다”(함석헌, 1959)고 말하며, ‘씨ᄋᆞᆯ들이 역사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몇 몇 소수의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함께 문화를 일구고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함석헌 선생의 이 생각이야 말로 문화도시도봉이 추구하는 문화민주주의와 닿아 있으며, 동시에 시민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도시 문화를 일구어 왔던 도봉의 풀뿌리 민주주의의 전통과 맥락을 같이 한다. 씨알사상연구소장 박재순도 말한다. “‘씨ᄋᆞᆯ이라는 말 자체가 생명이 스스로 싹터서 자라나는 과정이며, 모든 사람들이 자발적 주체적으로 스스로 하는 모든 행동을 존중하는 것을 뜻한다.”그가 말한 이 자발성과 주체성이야말로 살아있는 생명의 특징이며, 도봉이 문화도시 안에 담아내고자 하는 문화민주주의실현을 위한 핵심 가치이다.


문화도시 도봉은 이 씨ᄋᆞᆯ이라는 말 속에 흐르는 도봉의 역사와 시민운동 전통의 가치와 뜻을 담아서 씨ᄋᆞᆯ의 이야기가 가득한 존중문화도시 도봉이라는 비전을 삼았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온갖 기술과 자본과 힘을 동원하여 달아 놓은 씨앗 없는 가짜 열매가 아니다. ‘씨ᄋᆞᆯ이라 불리는 일반 시민들이 스스로 뿌리내리고 자라날 수 있도록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며 기다리는 것이다. 때가 되면 그 고유의 색깔과 향내를 지닌 우리의 문화가 꽃 피우고,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

문화민주화와 문화민주주의, 미래문화정책포럼(http://cafe.daum.net/faclpi)

2021년 문화도시 추진 가이드라인(문화체육관광부)

2021년 서울시 도봉구 문화도시 조성계획, 씨ᄋᆞᆯ의 이야기가 가득한 존중문화도시 도봉

<씨ᄋᆞᆯ의 소리> 창간호

<사상계> 19616월호

<씨ᄋᆞᆯ과 연대> 2019, 새물결, 강수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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