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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ᄋᆞᆯ의 이야기가 가득한 존중문화도시 도봉

주민기획100단

도봉구 지영이들


여성들의 일상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사업입니다. 독서 모임, 세미나, 강연 등 인문학 모임을 통한 해결방안 모색과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조금씩 어둠이 깔리는 오후 6, 동네 근처의 카페에서 김지혜 대표를 만났다. ‘도봉구의 지영이들이란 사업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사업은 페미니즘과 연관이 있다. 2030대 남녀 사이에 뜨거운 이슈인 페미니즘이 도봉구에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인터뷰 약속을 잡은 날, 그날따라 먼 곳에서 일을 하고 온다고 했다. 김지혜 대표가 피곤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기우였다. 명랑하고 에너지 넘치게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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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봉구의 지영이들김지혜 대표


-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이런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내 경험에서 나왔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사람들 사이의 상호 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남자니까 그렇게 해도 되고 여자는 그래서 안 되고 등의 당위성으로 판단되는 일들이 많다.

  남동생과 나 사이의 갈등도 그래서 해결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친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갈등이 생겼을 때 남자니까, 여자니까가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로 서로를 바라보며 해결하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이 사업의 이름은 베스트셀러였던 ‘1982년생 김지영에서 따 왔다. 1982년의 지영이와는 다른 부분이 있겠지만 2021년에도 지영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나도 그 지영이의 한 사람이다. 세상의 지영이들, 그중에서도 도봉구 지영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 이 사업을 구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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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 쌍문동 독립 서점 마들린느의 책방에서 토론 중


- 이 사업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네 가지 주제를 정하고 출발했다. ‘지영이는 건강하다’, ‘지영이는 쓴다’, ‘지영이는 말한다’, ‘지영이는 안다가 그 주제다. 이 주제가 내가 이 사업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지영이, 자신의 마음에서 나오는 진솔한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목소리로 말을 하고 글로 쓰는 지영이, 독서와 토론을 통해 지식을 갖추고 논리로 대응할 줄 아는 지영이를 만드는 일이다.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외롭게 소모되는 지영이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며 나답게 행복하게 사는 지영이를 만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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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영이는 쓴다의 한 장면. 참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글로 나타내고 있다.


- 도봉에서 사업 운영 소감은?

  도봉문화재단에서 사업자에 대해 배려해 주는 프로그램들이 사업을 진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나의 예로 사업을 지원할 때 이 프로그램은 ○○이다라는 문장으로 정리하게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컨설팅이었다. 합격 전 한 번, 합격 후 한 번 두 번에 걸쳐 컨설팅을 받았는데, 사업의 방향성을 잡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내가 생각하지 못      한 부분을 짚어 주었다. <주민기획100단 사업>이 그냥 보여 주는 사업이 아니라 정말 도봉구를 위하는 사업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봉구에서 일상생활만 하다 내가 주도적으로 만드는 인문학의 장이 마련되어서 새롭고 신기하다.

 

- 이 사업을 하면서 보람이 있었던 일은?

  ‘도봉구 지영이들은 이론보다 삶 속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다가가려고 한다.

페미니즘에 이렇게 접근할 수 있다니 놀랍고 이해도 잘 된다는 말씀, 페미니즘에 마음을 닫았는데 다시 열게 되었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럴 때 내가 정말 이 사업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봉구 지영이들’  2, 여성주의 동화 리라이팅 수업에 특히 큰 보람과 감사함을 느낀다. 이 수업은 독서모임으로 만난 친구와 함께 기획해온 것이다. 페미니즘 독서모임인 ‘forfemi’를 운영하면서 만난 친구인데, 재능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상처를 소화하는 품과 타인을 돌보는 마음씨가 탁월한 친구다. 그녀의 재능에 영감을 받아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부터 강의를 만들었다. 모집공고를 띄우면 반응도 좋아서 금세 정원이 차곤 했다. 그러나 번번이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도봉구 지영이들 덕분에, 이렇게 1년 가까이 난산(?)을 겪은 강의가 실제로 운영될 수 있었다. 지난주에 첫모임을 가졌는데, 첫날부터 모두가 울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눴다고 한다. 뭔가 재미있는 모임이 탄생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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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고 난 후 서로 토론을 나누기도 했다. ‘에놀라홈즈를 보고 있는 중.


- 이 사업을 하면서 힘든 일은?

  시기적으로 연말이 가까워서인지 강사 섭외나 행사 장소 섭외가 생각과 같지 않다. 9월에 사업이 선정되고 난 후 강사와 장소를 섭외했다. 강사들은 일정이 차서 더 이상 강의를 맡기 어렵다는 분이 많았고, 모임을 가지려고 했던 장소도 예약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 하나는 도봉문화재단 담당자와 일정을 맞추는 일이었다. 일을 진행하기 전에 담당자 동의를 먼저 받아야 할 일들이 있는데 근무 일정을 잘 몰라 처음에는 힘이 들었다. 이제는 미리 일정을 조율하는 방법을 찾아서 잘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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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 생태탐방원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야외 토론을 하였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카페 넓은 창으로 어둠이 짙게 깔렸다. 어둠이 깊어가는 만큼 우리들의 이야기도 깊어졌다. 페미니즘을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더 확실하게 알고 싶어졌다. 김지혜 대표가 권유한 책을 꼭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생활로도 바쁠 터인데 세상의 편견을 부수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은 김지혜 대표. 힘들지만 참 멋진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지혜 대표의 이런 노력으로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며 지혜롭게 성장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키비스트 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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